SHOWDOWN OVERED 행사 후기

세션/세션후담
2023.05.21

행사 후기 국룰: 부스 사진으로 시작한다

발단

때는 2022년의 어느 날, 저는 우연찮게 더블크로스 온리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부스 참가를 결정했는데요, 다른 이유는 아니고 그저 부스 참가 특전을 받고 싶다는 더러운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겸사겸사 쓰고 싶었던 시나리오 기획이 있기도 했고요).

그래서 냅다 한 부스를 신청한 다음 주변에 글 좀 쓴다는 지인들을 끌어 모아 덥크온 부스 팟을 꾸리게 됩니다. 원고 쓰기만 하면 편집부터 통신판매까지 전부 대신해주겠다고 꼬셔서요 (그 중에 신간 낸 건 저랑 김이박이 뿐이었습니다. 김이박 최고~).

이 때까지만 해도 저는 다가오는 운명을 예상치 못 하고 있었습니다…….

전개

어느덧 시간이 흘러 2월. 한창 준비하던 시나리오집의 테스트 플레이와 마감으로 바쁘던 시기입니다. 저는 같이 부스 여는 친구들과 최종 부스 인포 상의를 하다가 아래와 같은 대화를 하게 됩니다.

어라…

저는 왠지 당연히 부스 무료 입장 두 명, 유료 입장이 두 명일 거라고 생각하고 (왜 그랬을까요?) 같이 부스 낼 친구를 셋이나 모았는데 부스 입장은 세 명 밖에 안 되더라고요.

어떡하지? 부스 유료 입장 양도를 구해? 아니면 한 명을 일반 입장으로 돌려?

고민하는 와중에 친구라는 애는 "니가 부스에서 꺼지면 안 되냐"는 소리나 하고 있었습니다. 부스비 분명 내가 다 내고 신청도 내가 다하고 신간도 내가 제일 많이 내는데 이런 배은망덕한…….

근데 듣고 보니 나쁜 생각 같지는 않아서 물어보러 갔어요.

다시 보니 상당히 어처구니가 없네요.

인력이 부족할 거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찾아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인력 부족이더라고요 (※ 행사 스탭 중에 오랜 지인이 있어서 행사 여신다는 건 아는 상황이었습니다). 비는 자리 없으면 굳이 안 시켜줘도 된다고 했는데 비는 자리가 많다고 하셔서 (ㅋㅋ) 이 때부터 부스 참가자인 동시에 행사 스탭이라는 기이한 포지션을 맡게 되었습니다.

행사 준비 자체는 정말 재밌었어요. 행사 스탭 일은 꽤 오래 해오기도 했고, 행사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고 만드는 걸 좋아해서요. 제가 오랜 기간 동인 활동을 해온 이유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주제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어우러져 노는 문화를 좋아하기 때문이거든요. 플레이존을 위한 디스플레이 페이지라거나, 모의고사 출제라거나 (20번 문제 많이 어려우셨나요?). 행사에 이런 저런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힘든 쪽은 스탭 일보다는 부스 일이었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세 달은 시나리오집 두 권을 마감하고 테스트 플레이까지 돌리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 이미 다들 알고 계셨는데 저만 몰랐던 걸지도……. 진짜 너무 힘들었는데 덕분에 기억이 휘발돼서 세 달 동안 어떻게 살았던 건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기 떄문에 동인 행사라는 문화가 유지될 수 있는 거겠죠.

그리고 서서히 행사 일자는 코 앞까지 다가옵니다.

위기

왜 제목이 위기냐면 모든 행사는 기본적으로 위기이기 때문입니다.

행사가 어땠냐면…… 바로 15시간 전의 일인데 벌써부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2)

농담이고요. 제가 장외를 주로 맡은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라 초반에 여러모로 미숙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지시에 잘 따라주시고, 원활한 입장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입장객 분들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행사 스탭이라는 건 피크 타임에 제일 바쁜 사람들이라 이번 행사에서 지인분을 만나야 겠다~ 거나 어느 부스에 가야겠다~는 건 꿈도 꾸지 않았는데요…… 그 와중에도 주인 없는 부스 찾아서 선물 챙겨주신 다로 님…… 정말정말 감사드려요 저 편지를 읽고 마음이 엄청나게 따뜻해졌어요…….🥺 우리 앞으로도 영원히 더블크로스 하는 거예요. 그 다음 룰도, 그 다음 룰도…….

스탭이라는 이유로 과자를 챙겨주고 가신 참관객 분도 계셨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아서 감동이었어요……. 비록 닉네임은 모르지만 더블크로스라는 테두리 안에서 계속 놀다 보면 언젠가 만나뵐 수도 있을까요? 만나지 못 하더라도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운 배신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행사 내내 판매를 맡아준 부스 지인들…… 사실 오만 걱정 다 하면서 별의 별거 다 준비한 거 치고 크게 불안하지는 않았는데 님들이 알아서 다 잘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고의 일처리를 보여준 당신들을 사랑해……. 믿음직한 친구들 아니었으면 이렇게 좋은 기억만 남기고 행사 끝낼 수 없었을 거예요.

더불어 빼먹을 수 없는!!!! 행사 다 끝나가는 마당에 랜덤 띠부씰 까봤더니 최애 빼고 다 나와서 거렁뱅이처럼 울고 있던 저에게 쿄카 님 띠부씰을 선뜻 나누어주신 천사분……🥺🥺🥺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소원 성취 했어요…… 건네주신 쿄카 님 띠부씰은 가보로 평생 남겨두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마 이 글을 보실 일은 절대 없으시겠지만 재고 택배를 이고 지고 편의점으로 이동하는 길에 도와주신 장년의 선생님. 무거운 짐을 들고 간다는 이유만으로 남을 도와주는 따뜻함이 차가운 서울에도 남아있다는 사실에 감동했습니다……. 편의점 가서 그 박스 무게 재보니까 25.6kg 나오더라고요. 정말 음료수라도 하나 사드렸어야 했는데…… 앞으로 늘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도해요.

그 밖에도, 저는 직접 뵙지 못했지만 부스에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고 들었어요. 솔직히 전혀 팔릴 거라고 기대하고 낸 책은 아니라서 당황스럽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기쁘고 두근거리기도 했어요. 많은 관심에 정말 감사드려요. 모두 멋진 세션 되시기를!

결말

저는 이제 사고 싶었던 거 다 사고 (Thanks to 대리구매 요정 머쯔) 행복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서 소파에 널부러져 있습니다. 이제 곧 선입금 시트 다시 확인하고 재고 판매 폼도 열고 통신판매 준비하고 리소스 공유 드리고 등등……을 해야겠지만 그건 일단 내일 생각하고……

정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COVID-19 이후 첫 행사 참여가 이렇게 좋은 기억으로 끝나버려서 큰일이에요. 벌써부터 다음 행사를 기대하게 되네요. 내년 이맘때쯤 SWDO 2회를 기대해도 되는 걸까요? 되겠죠? 제발 2회 열렸으면 좋겠네요.

그럼 길고 길었던 후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To be continued… (제발)